[차이나 인사이트]시를 배우지 않으면 왜 중국의 리더가 될수 없나,
시진핑의 적폐’청산’이 부메랑을 맞고 있나, 티베트-인도의 ‘당축고도’
공자가 아들에게 타일러 이르길
“시를 못 배우면 말을 할 수 없다”
리더가 백성의 마음 얻으려면
감성적 언어인 시의 힘 빌려야
중국 지도자 생각 읽기 위해선
한시에 담긴 깊은 뜻 이해가 필수
그 장엄함에 흠뻑 취하다 보니 벌써 해가 저문다. 일행은 관작루를 내려갈 채비인데 시인은 한 층 더 오를 태세다. “여태껏 본 저 장관이면 충분하지 않나. 날도 저물었으니 지금 또 올라가도 무얼 볼 수 있겠나. 이제 그만 내려가세.” 하지만 시인은 고개를 젓는다. 해는 졌어도 동쪽에 달이 떠올라 달빛 천 리의 비경이, 별빛이 수놓은 넓은 관중(關中) 평야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앞 봉우리에 가려 다 저문 줄 알았던 석양이 아직 한 발이나 남아서 장엄한 일몰의 풍경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시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낯선 세계로 나가려는 진취적인 사람들에게 바쳐진 깃발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 행보에 나설 때 이 시를 즐겨 인용한다는 사실은 많은 걸 시사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9/04/406f45ce-b473-433e-870c-a4ac28a8622d.jpg)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태산은 대저 어떠한가/ 제나라 노나라에 걸쳐 끝없이 푸르구나/ 조물주는 수려한 봉우리를 모아놓았고/ 산의 남북은 밝고 어두움이 다르도다/ 씻겨진 가슴엔 높은 구름이 일고/ 힘껏 바라보는 눈에는 새들이 들어온다/ 반드시 저 산꼭대기에 올라/ 자그마한 뭇 산들을 굽어보리라’.
두보가 젊은 시절 쓴 ‘태산을 바라보며(望嶽)’다. 태산의 광활함과 수려함을 찬미하면서 패기 넘치는 기상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두 구절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작은 산들을 굽어보겠다(會當凌絕頂 一覽眾山小)’는 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오악독존(五嶽獨尊)의 태산처럼 세상에서 우뚝한 존재가 되기를 꿈꿨던 젊은이들을 이끈 또 하나의 깃발이었다.
한데 이 패기 넘치는 시가 깊은 좌절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독만권서(讀萬卷書)’의 공부를 끝낸 두보는 ‘행만리로(行萬里路)’의 여행길에 올라 5년 동안 명산대천을 두루 등림(登臨)해 호연한 기상을 가슴에 가득 안고 마침내 낙양에서 치러지는 과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귀향한다.
“붓만 대면 신들린 듯(下筆如有神)”하다며 자신감이 넘쳤으나 결과는 낙방. 큰 충격을 받고 다시 여행길에 나선 두보는 마침내 동악 태산에 올라 이 시를 지었다. 실패에 따른 열등감을 태산에 불어오는 바람으로 씻어버리고 결기 어린 눈빛으로 태산 정상을 향해 호기롭게 외친다. “언젠가 저 절정에 올라 작은 산봉우리들을 다 굽어보리라!” 결국 두보는 시의 왕국에서 시성이라는 지존의 존재가 됐다.
서예 박물관으로 불리는 태산의 많은 암벽엔 두보의 이 마지막 구절이 큰 글자로 새겨져 있어서, 지금도 태산을 오르는 많은 젊은이가 큰 소리로 읽고 외치고 있으니 1300년 전 젊은 두보의 음성이 아직도 태산 구석구석을 감돌아 메아리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절은 2003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인용해 큰 주목을 받았다.
‘금잔의 청주는 만금이요/ 옥반의 진미는 만전이라/ 잔을 멈추고 젓가락을 던지고는/ 검을 빼어 들고 사방을 바라보나니/ 가슴이 막막하다/ 황하를 건너자 했더니/ 얼음이 강을 막고/ 태항산을 오르려 했더니/ 눈이 산에 가득하네/ 푸른 시내 낚시는 한가로운데/ 해 뜨는 곳으로 가는 배의 꿈이여!/ 인생길의 어려움이여, 어려움이여!/ 수많은 갈래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큰바람이 물결을 깨치는 날이 반드시 오리니/ 구름 같은 돛을 곧장 펴고 드넓은 창해를 넘어가리라’.
인생길의 어려움을 적은 이백의 ‘행로난(行路難)’이다. 25세부터 시작된 이백의 구사(求仕)의 길은 지난하기 그지없어서 17년이 지난 42세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소득도 없는 상황이었다. 얼음이 얼어 건너지 못하는 황하, 눈이 쌓여 오르지 못하는 태항산은 좌절로 점철된 구사의 길을 비유한 것이다.
반계(磻溪)의 시냇가에서 10년 세월을 기다린 끝에 80세 나이에 주나라 성군 문왕에게 발탁돼 꿈을 이룬 강태공은 이백의 거창한 꿈과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꿈과 현실, 희망과 절망, 신념과 포기 사이의 갈림길에서 헤매던 이백은 마음을 다잡고서 자신에게 거듭 좌절만 안겨준 세상을 향해 선포한다.
“큰바람이 물결을 깨치며 불어오는 날이 반드시 오리니, 구름같이 높은 돛을 곧장 걸고 망망한 바다를 건너가리라(長風破浪會有時 直挂雲帆濟滄海)”. 그동안의 실패의 경험도, 그동안의 좌절의 시간도 내 배의 돛의 크기를 키우는 재료가 될 것이니 아쉬워할 것 없다.
이백의 ‘행로난’ 마지막 구절은 거듭된 실패 속에서 좌절과 체념에 빠진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방미했을 때 유학 중인 중국 젊은이들을 바로 이 시구로 격려했다. 수천 년 세월을 품은 한시는 오늘의 중국에서도 여전히 리더의 말로 그 힘찬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차이나 인사이트] 티베트-인도의 ‘당축고도’에 철도가 깔리는 까닭
라싸에 등장한 창업·혁신 슬로건
대학에는 최첨단 빅데이터 센터
인도와 네팔로 뻗는 칭장철도
라싸는 일대일로 첨병 도시로
가정 거실에 걸린 시진핑 초상화
신의 땅에 스며드는 중국을 상징
![‘신(神)의 땅’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 장족 티베트인의 정신적 고향인 라싸 포탈라궁(위)의 모습이다. 시장(西藏)대학에 빅데이터 센터(아래)가 구축되는 등 티베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한우덕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9/18/468e2693-6ddb-4a3d-bcf8-8155b2e39308.jpg)
‘신(神)의 땅’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 장족 티베트인의 정신적 고향인 라싸 포탈라궁(위)의 모습이다. 시장(西藏)대학에 빅데이터 센터(아래)가 구축되는 등 티베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한우덕 기자]
이는 마치 인터넷 쇼핑회사인 징둥(京東, JD.COM)의 베이징 빅데이터 센터나 세계 제2위 온라인 여행 예약사이트인 씨트립의 상하이 전산센터를 연상케 했다. 물론 규모는 차이가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구조는 다르지 않았다. 순간 티베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해 이런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 ICT 기술의 현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놀랍기만 했다. 중국의 오지 중에서도 오지에 있다는 시장대학에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는 빅데이터 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여행지에 관광객이 몇 명이나 있는지, 외국 관광객은 주로 어디에 모여 있는지, 또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실시간 정보도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의 상황과는 너무 대비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라싸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도로변 입간판에 익숙한 표어가 버스 창을 지나간다. ‘大衆創業 萬衆創新(대중창업 만중창신)’.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창업과 혁신을 주창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9/18/f4ad21ae-a052-4408-ab50-519481ce241b.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라싸 경제개발구의 페이강 부국장은 “개발구 내 기업 약 5200개 중 3분의 2 정도가 기술 관련 벤처기업”이라며 “중국의 다른 지역 못지않게 라싸에서도 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티베트에 파고들고 있고, 티베트의 경제지도를 바꿔가고 있었다.
라싸 공항에서 밖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바로 중국 지도자들의 사진이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의 얼굴이 함께 나와 있는 대형 간판이다. 이렇듯 당은 티베트인들의 의식마저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당의 이념은 돈과 함께 내려온다. “중앙정부는 티베트의 재정에 손대지 않는다. 여기서 거둬들인 세금은 티베트에서 다 쓰도록 한다. 장족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면제해주고, 기업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보다 2%포인트 싸다. 심지어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시 정부 조세수입의 1000의 3을 티베트로 보내도록 특별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쥐젠화 시장자치구 외사판공실 서기).
돈의 흐름을 알려면 부동산 시장을 보면 된다. 라싸는 지금 건설 중이다. 문물 보존지역을 제외하면 여지없이 크레인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시내에서 나와 개발구로 가는 길에서는 승용차로 3분 정도를 달려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건설현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고, 사무실이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 분양 사무실이 있어 들어가 봤다. 직원에게 ‘잘 팔리느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평방미터(㎡)당 8000위안 정도 한다(우리 식으로 치자면 평당 440만원꼴). 아직 싼 수준이다. 티베트에 돈이 몰리면 갈 곳은 라싸밖엔 없다. 지금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 외지인이 몰려들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신(神)의 땅’ 티베트에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2006년 7월부터다.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에서 라싸에 이르는 전장 1956㎞의 칭장(靑藏)철도가 뚫린 것이다. 해발 2261m인 시닝에서 출발한 기차는 최고 해발 5231m의 고지까지 오른 뒤 3700m의 라싸에 이른다. 말 그대로 천로(天路)다.
지금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라싸로 연결되는 철도가 운행 중이다. 올 7~8월 여름 휴가 때만 약 286만 2000여 명의 여행객이 칭장철도를 타고 라싸를 방문했다. 현재는 제2의 ‘천로’가 건설 중이다. 시닝으로 돌아오지 않고,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라싸로 올라오는 길이다. 그 길이 뚫리는 날 ‘관세음의 땅’은 더 빠르게 속세로 변할 것이다.
철길은 이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 등 남아시아로 뻗어 나갈 기세다. 티베트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첨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원래는 불경(佛經)이 전해지던 길이었다. 당(唐)나라 시절 승려들이 천축(天竺)국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옛길을 뜻하는 ‘唐竺古道(당축고도)’는 이제 일대일로로 바뀌고 있다.
라싸까지 온 철길은 이미 왼쪽으로 달리고 달려 중소 도시 르카저(日喀则)에 이르렀다. 거기서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가면 네팔이요, 아래로 내려가면 인도다. 중국과 네팔은 이미 칭장철도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까지 연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라싸는 중국-남아시아 경제 회랑(South Asian Economic Corridor)의 출발점이다. 남아시아 국가의 무역을 위한 종합 보세구역이 라싸에 조성되고 있다. 우선은 네팔이 주요 목표다. 르카저-카트만두 철도 건설은 이미 기본 조사가 끝난 상황이다. 이 지역 수력발전도 함께 건설할 계획이다.”(페이강 부국장)
시진핑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는 ‘하늘 아래 최고의 고원 도시’ 라싸를 국제도시로 탈바꿈시킬 기세다.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 시내 외곽의 한 민가를 방문하게 됐다. 집주인은 멀리서 온 손님에게 ‘하다(티베트인들이 환영의 뜻으로 선사하는 기다란 흰색 천)’를 목에 걸어준다. 그들의 안내로 들어간 거실. 멀리서 온 손님들을 맞은 건 중앙에 걸린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였다.
‘장족 가정에 시진핑 초상화…’ 중국은 그렇게 티베트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겸 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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